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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상

도서 - [실험실로 간 세포]

초코맛동산 2024. 11. 8. 23:27

 

작가 이지아
장르 생명과학
독서 기간 24.08.31 - 24.09.25
별점(개인적) 3/5

 

 

0.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 

 

일단, 나는 시작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것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처럼 어떤 일이든 주저없이 반은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될 것이지만, 나머지 반을 채우려면 시작할 때보다는 힘이 좀 든다는 것이 바로 단점이다. 

 

뭐, 그냥 누구나 그런 것 아니야? 한다면, 대다수의 사람이 끝을 내기 어렵 듯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라는 뜻이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실험실로 간 세포' 라는 책은 그토록 동경해 마지 않던 생명 과학, 인체, 세포, 실험실 에 대해 첫 입문을 시켜주는 책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첫 장을 펼쳐본다. 

 

*오가노이드, *세포주와 같이 공대생으로서는 검색 엔진 없이는 알 수 없을 용어와 함께 두근 대는 마음으로 이 책의 완주를 기대해본다.

 

*오가노이드: 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 ASC),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ESC),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로부터 자가 재생 및 자가 조직화를 통해 형성된 3차원 세포집합체로 흔히 장기유사체, 유사장기라고 한다. 

*세포주: 불멸화된 세포. 인체 밖을 나오면 쇠퇴해 죽어 버리는 세포와는 달리 인공적 혹은 자연적 돌연변이로 인해 영양분만 제공해주면 죽지 않고 계속 배양할 수 있는 세포 집합을 의미. 

 

 

1. 인상 깊은 구절

 

22p

연구는 지식의 전경과 배경을 따로 두는 일이다. 오늘날 연구자에게 필요한 지식은 넓이보다는 깊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누군가 정리해둔 백과사전식 지식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오늘 나온 논문을 챙기는 호기심과 성실함이다.

 

 

105p

  • 대학 시절은 모두가 줄기세포였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 (중략)
  • 회사를 그만두고 학생 신분으로 돌아오니 마치 iPS 세포가 된 것 같았다. 줄기세포였다가 회사원 세포였다가 다시 줄기세포로 돌아온 셈이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줄기세포의 만능성이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느껴졌다.

 

106p

  • 그들은 줄기세포가 맞았다. 다들 포기하고 싶은 마음, 분화하고 싶은 본성을 참으며 연구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모두들 아무것도 아닌 상태는 벗어나 있었다. (중략) 

 

201p

  •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자가 동정심을 느끼지 못하는 냉혈한은 아니다. 오히려 연구자는 실험 데이터에 어떤 희생이 있는지 누구보가 잘 아는 사람이다 

 

210p

  • 오늘날 인체 실험은 정말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설문조사 수준의 비침습적 실험이라도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연구라도 윤리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학술지에서 게재 자체를 거부해버린다. 이유는 자명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며, 사람의 목숨과 고통은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닌다. 누군가의 연구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고통에 빠트리거나 그의 몸에 영구적 결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연구자의 작은 호기심을 해결하는 실험부터 수많은 이를 살리는 연구까지 기준은 같아야 한다. 자기 연구에 자신의 몸을 쓰면 안 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연구자의 생명도 환자의 생명만큼 소중하다. 

 

2. 느낀점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나 같은 생명 과학의 문외한도 책을 통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묘사가 정교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위한 시각적 자료도 분명 한몫하지만 그에 못지않 쉬운 설명이 이 책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내가 몰랐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늘 궁금해했던 생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비윤리적인 불멸의 세포주, 헬라 세포로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현재는 iPSc, 그리고 오가노이드에 대한 지식까지 알게 되다니 지적인 충족감이 이런 것이구나 알게 되었다. 비록 이것은 기초적인 지식이겠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생명 과학의 발전이 더디다는 것을 해당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세포를.. 심지어 동물 세포 하나 10년 전에 과학 실험으로 보다만 것이 다인 내가 이렇게 느껴서는 안 되겠지.. 오가노이드는 바비 인형의 장기보다 작고, 배양육도 다짐육에 불과하며(두꺼운 두께가 되기까지는 세포에 공급하는 혈액, 산소, 영양분 전달 방법이 없음), 상용화되기까지의 가격은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소고기의 3배 정도..) 인간의 몸은 정교하고, 만능 분화 세포 같은 iPSc 조차 가만 놔둔다고 나의 온전한 장기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렇구나,, 이렇게 무력감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나는 닥터 프렌즈의 의학의 역사를 즐겨 본다. 의학의 역사는 어쩌면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무식하고, 괴랄 하게 느껴진다. 그러니 100년 뒤 사람들은 현재의 생명과학, 의학을 어떻게 느낄까. 그러니 내가 이 책을 보고 느끼는 이런 무력감, 더딤은 이와 마찬가지라 본다. 나의 현재 이런 감정은 시대를 지나 괴랄, 무식 뭐,, 그런 종류의 것일지도 모른다.

미래에는 몸을 벗어난, 작가의 말로는 강아지 같이 키우는 이 세포들이, 조직이 되어, 장기가 되어, 다시 내 몸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